나를 살려준 따릉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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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만난 지 100일도 안 됐는데 벌써 수천 킬로미터 같이 달리고 땀 많이 흘리고 우여곡절 많았지? 그래도 우리 같이 모험도 많이 하고 서울 구석구석 다 구경했어. 대중교통으로 다니면 절대 못 볼 개성 있는 골목도 많이 발견했고…
최근 몇 년간 왠지 모르게 집돌이 돼 버린 나에게 다시 활동적인 삶을 사는 방식을 보여줘서 고마워. 다시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해줘서 영원히 감사할게! 
외국 카드로는 빌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옛날부터 목마른 송아지 우물 들여다보듯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속담 중 하나 ㅎㅎ) 자전거 대여소를 보기만 하고 타 보지 않았어요. 실내 운동 자전거 거의 매일 타는데 한국에서는 밖에서 자전거 타 본 적이 없었어요. 한국 처음 왔을 때 길거리에서 타면 너무 위험할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고 그게 그대로 남았나 봐요… 
그러다가 어느 날 이른 오전에 제 미국 친구가 계속 부추겨서 앱을 내려받고 대여소에 갔는데 의외로 외국인들도 빌릴 수 있더라고요. 그날 이후로 과장 아니라 2, 3일만 빼고 매일 몇 시간씩 따릉이를 탔어요. 일과 유튜브 활동은 잠시 보류시켰고 ㅎㅎ 
달리는 동안에 든 생각…
이런 말은 진부하기도 하고 너무 선전하는 것 같아서 사람들이 쓰면 듣기 안 좋을 때도 있는데, ‘서울은 정말 좋아졌어요!’ 처음 한국 왔을 때 역삼동에 살았었는데 그때 가끔 혼자 소주 마시러 늦은 밤에 한강에 가기는 했는데 사실 그때는 볼거리 별로 없었어요. 그래도 한강에 대한 깊은 정이 생겨서 고민할 게 있을 때 가끔 가서 먹물같이 까만 물결 바라보면서 답을 찾기도 했지만 그때는 콘크리트와 물밖에 없었어요. 
최근에 한강 공원 바로 그 구역에 갔는데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졌어요. 한강 양쪽이 식물원인 듯 진짜 다양하고 예쁜 꽃도 많아요. 좋은 카페, 섬에 있는 공원, 요트 클럽도 많이 생기고…강 옆에 있는 무릉도원이 됐어요. 
최근에만 해도 북한산, 남산, 종로, 여의도, 압구정, 수서, 남한산성까지 다 자전거로 달려봤어요. 저한테 기억이 깊은 장소들을 자전거로 성지순례하면서 좋은 힐링이었어요. 
사실 따릉이는 저한테 너무 키가 작고 (안장 끝까지 높여서 타도 무릎을 못 펴요 ㅎㅎ) 그리고 한강에서 천만 원 넘는, 아주 가벼운 프로급 자전거 지나갈 때 한눈 안 팔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에요. 하지만 저는 따릉이가 좋아요. 비싼 장비 필요 없어요. 
따릉아, 조만간 다시 일을 해야 되겠지만 우리 며칠 더 현실에서 도망가자. 
다가오는 겨울의 차가운 바람, 얼음과 어두움 오기 전까지만이라도… 
그리고 걱정하지 마. 아무리 자전거에 빠져도 그런 딱 붙는 옷을 절대 안 입을게! ㅎㅎ 
달려라 따릉아~
달려라~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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