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올림픽 정신을 보여주는 한국! (칼럼 10)

최근에 어떤 공무원한테 ‘한국을 왜 그렇게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자원봉사로 통역할 기회가 있는지 알아보는 자리였는데 내가 2002년에 처음 한국에 왔다고 하니 물어본 것이었다. 지난 15년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수백 번 받은 질문이다.

초기에는 나도 한국을 왜 좋아하는지 분명히 표현하지 못했고 다만 다른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나열하는 이유하고 다르다는 것만 확신했다. K-Pop을 비롯한 한국의 대중문화를 좋아해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많은데 내 경우는 언제나 한국의 대중적인 문화보다 서양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고유한 문화에 관심이 훨씬 많이 가는 쪽이다.

또 많은 미국인들이 외국인이라서 눈에 띄고 뭔가 특별함을 누리는 면도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사람들 무리에서 튀는 걸 좋아하기는커녕 타인의 눈길을 끄는 게 세상에서 제일 불편하다. 나를 이방인으로서가 아니라 그냥 한국인들이 서로 대하듯 상대해주는 것을 항상 갈구했다.

또한 한국을 좋아하는 이유를 묻고 ‘우리 나라 사람들이 정이 많아서 여기 살기 좋지?’라는 추천 답까지 미리 제공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것 역시 내 이유는 아니다. 미국인 중에도 친절한 사람들이 많고 외국인을 잘 챙겨주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 할아버지만 해도 기차를 놓친 독일 사람을 보고 30km 떨어진 다음 역까지 데려다 준 적이 있다. 기차보다 더 빨리 달려서 그 독일인이 타야 되는 열차를 다음 역에서 무사히 탈 수 있게 해주었다.

사실 우리 할아버지처럼 적극적으로 외국인을 챙겨주고 싶어하는 미국인들이 많은데 얼굴만 봐도 외국인인지 아닌지 바로 알 수 있는 한국과 달라서 선뜻 도움을 주지 못하는 일이 많다. 미국에서 태어난 2세나 3세한테 ‘외국인이에요?’, ‘도와줄까요?’라고 하면 ‘나도 미국인이거든요!’, ‘당신처럼 여기서 태어났거든요!’라고 하며 인종차별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서 여기보다 예민한 문제다.

그 질문이 아직 남아 있다. 한국을 좋아하는 이유. 일상생활에서 매일 느끼게 되는 세 가지, 치안, 대중교통, 의료의 우수함도 좋지만 무엇보다 한국 사람들이 한국을 더 훌륭한 나라로 만들려고 하는 마음이 있어서 좋다. ‘어느 나라 사람이든 자국을 더 좋게 만들려고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떨지 몰라도 미국에서는 세계 속의 미국의 위상과 미국이 다른 나라에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해서 신경 쓰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1961년이라는 먼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어느덧 나라의 발전보다는 자기 만족에 대해서만 신경 쓰기 시작했고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케네디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국가가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문해 보십시오’라고 국민한테 호소했다. 그때 케네디의 말은 명언이 됐지만 이미 봇물이 터져 버린 문화적 큰 흐름을 막을 수는 없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택시나 식당에서 하루에 몇 번씩 ‘우리 나라’를 언급하면서 한국에 점수를 매기고 한국의 세계 순위를 실시간으로 알고 중시하는 게 정말 신기했다. 무슨 문화 경제 올림픽처럼 순위를 경쟁하는 것 같아서 조금 불편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인들의 시각이 언제나 밖을 향해 있고 남들보다 잘하려고 하는 마음이 있음이 느껴졌다.

반면에 미국인 중에서 미국의 현재 순위를 확인하고 미국이 세계에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서 신경 쓰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케네디가 경고의 말을 한 무렵 최고 지수에 달했던 미국이 지난 60년 동안 교육, 의료, 치안 등 모든 분야에서 서서히 하락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인지 모른다. 예전에는 남을 신경 쓰지 않는 그런 태도가 옳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에서 지내면서 생각이 달라지는 걸 느꼈다. 특히 평창올림픽은 내 제2의 고향인 한국에서 완벽하게 펼쳐져 자부심을 느끼게 했고 늘 발전하고자 하는 한국인들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됐다.

한국 사람들이 항상 한국을 끌어올리려고 하고 세계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려고 하는 마음을 갖고 있고 세계에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 신경 쓴 덕분에 빠른 시간 안에 놀라운 성장을 할 수 있었고 불가능해보였던 꿈도 실현시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빠른 성장 과정에서 문제도 없지는 않았겠지만 현실을 쉼없이 개선하려고 하는 마음은 배울 점이 많으며 문제조차도 그런 마음으로 개선해왔다고 믿는다. 바로 이 미덕이 내게는 한국의 최고 매력이다.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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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thoughts on “언제 어디서나 올림픽 정신을 보여주는 한국! (칼럼 10)

  1.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귀중한 소중한 강의 재밌게 듣고, 마이클 선생님처럼 베푸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 ‘한국인의 시각이 언제나 밖을 향해 있고 남들보다 잘하려고 하는 마음이 있음이 느껴졌다’는 표현에 놀랐습니다.
    부정적인 면도 많이 느끼셨을 텐데 긍정적으로 말씀해주시고 평창 올림픽에 자부심도 함께 느껴주셨다니 이제 마이클 선생님도 한국인 다 되셨습니다.
    한국에 와주셔서 감사하고 이렇게 좋은 강의와 자료, 칼럼 등 공유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뒤늦게 알아서 I am trying to get caught up.

  3.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네요.
    저는 반대로 미국에 살고있고, 십년 가까이는 일본에서 학교도 다니고 회사를 다녀봐서 나의 한국에 대한 사랑은 항상
    그리움과 애착과 안스러움이 복잡하게 얽혀서 있었는데, 요즘은 자랑스러움이 한층더한 마음으로 추가 되었음을 느낌니다.
    나는 시민권자니까 국적은 미국이지만, 마음속은 한국 사람입니다. 모든 세계 대회중엔 목청 높혀 한국을 응원하고 요즘은
    인터넷으로 한국 뉴스까지 봅니다. 맞아요. 한국 사람은 민족성이 있어서 미국에서 한국인이 잘하면 마치 내일인냥 기쁘고
    일전에 모 공대에서 한국인 학생이 총기 난사를 했을땐 마치 우리가 죄인인양 피해자들에게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느꼈죠.
    이런 마음 이기에 한국 사람들은 나라를 위해서라면 요즘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처럼 ‘의병’이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강의도 재밌고 특히 마이클쌤의 아티클이 저는 좋습니다.
    종종 들를께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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