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공부 천재는 없다 (외국인의 눈 칼럼 9)

며칠 전에 SNS에서 도는 신문 기사 하나를 읽었다. 인간의 삶에서 분야별로 능력의 최고 정점에 도달하는 평균 연령이 몇 살인가를 알려주는 과학 연구에 관한 기사였다. 근육의 힘은 평균적으로 25세까지 증가하다가 그 이후부터 점점 떨어지기 시작한다고 나왔다. 마라톤 달리기는 28세, 뼈의 질량은 30세, 체스 실력은 31세 때 최고 지수에 달한다.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언어 습득은 이를수록 좋다. 이 기사에 의하면 새로운 언어를 가장 빨리 배울 수 있는 나이는 7세다. 번역가로서 내가 활동하는 분야라서 그 통계로 눈이 제일 먼저 갔을 것 같지만 실은 더 관심이 가는 숫자는 71이었다. 바로 인간의 어휘력이 최고 수준에 도달하는 나이이다.

나한테는 언어 배우는 게 언제나 양적인 문제보다 질적인 문제이다. 사람들이 항상 ”한국어 외에도 할 줄 아는 언어가 있느냐“고 물어볼 때 나는 “아뇨. 한 우물 파야죠”라고 대답한다. 많은 언어에 대한 얕은 지식을 거두는 데 별 관심이 없고 한 가지 언어를 깊이 파고드는 게 더 흥미롭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평생 한 번도 7살짜리 아이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면서 ‘우와! 말을 정말 아름답게 하네’라고 감탄한 적이 없다. 반면에 70대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말은 온갖 속담과 숙어로 넘치고 위인의 명언도 자유자재로 구사되고 의성어부터 고사성어까지 다채롭게 들어가 있다. 어르신과 대화할 때면 ‘이게 진짜 언어의 정점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모국어도 마찬가지다. 나도 7살 때 놀이터에서 필요한 언어 실력이 있었지만 그 정도에 그쳤다. 대학교에 다닐 때야 비로소 고급 수준의 영어를 구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쯤에 한국어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비교적 늦은 나이에 시작했으니까 평생을 배워도 한국어 원어민 수준이 안될 거라는 점 때문에 전혀 답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평생이 걸리는 도전이라고 생각하니 위로가 되었다. 평생 심심하지 않게 보낼 수 있으니까 말이다.

빠른 언어 습득 능력 때문에, 아이 같은 얕은 언어 실력 때문에 언어가 아름다운 게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 연마된 표현능력이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언어 습득은 어릴 때 더 빠르겠지만 생각해보면 어릴 때는 시간이 지루할 정도로 느리게 가지 않는가. 초등학생일 때 하루라는 시간은 버틸 수 없을 만큼 길게 느껴졌다. 방과는 3시 반이었는데 3시 15분에 시계를 보고 나면 그 나머지 15분만큼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 없었다.

어렸을 때 누군가 나에게 어떤 언어를 기본적인 대화가 가능할 때까지 배우려면 한 1년 걸린다고 말해줬다면 평생이 다 걸리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반면에 지금은 1년이라는 시간이 눈 한 번 깜빡하면 지나가 버리는 것처럼 너무나 짧게 느껴진다. 그러니 새로운 도전으로 무언가 배우기 시작할 때 꾸준히 하면 1년 후에 웬만큼 잘 할 수 있게 될 거로 생각하면 정말 해볼 만하다. 5년도 ‘별거 아니네’라고 생각할 수 있는 기간이 됐다.

과학적으로는 어릴 때 언어 습득이 더 짧은 시간에 가능하겠지만 체감 시간으로만 본다면 나이 많을 때 더 금방 이룰 수 있다.
클래식 음악계에 ‘신동병’이라는 게 있다. 어릴 때부터 남들보다 덜 연습해도 연주 실력이 훨씬 빨리 느니까 그 나이 때 배워야 할 근면·성실함이라는 미덕을 안 배우고 타고난 재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20대쯤 되면 꾸준히 해온 노력파가 그러한 신동을 따라잡기 시작하고 신동이었던 연주가는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이 문제는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데 어릴 때 다른 아이들만큼 노력해본 경험이 없다 보니 나이 들어서도 못 한다. 무슨 일이든 노력파는 항상 이긴다.

언어 공부에서도 아이들의 신동 같은 언어 습득 능력을 탐내지 말고 나이 많은 사람한테만 있는 시간을 축소할 수 있는 마술 같은 능력을 믿고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오늘 시작하면 1년이라는 시간이 한 달처럼 훌쩍 지나갈 것이고 무슨 분야든 제법 잘 하는 날이 금방 눈앞에 와 있을 것이다!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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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thoughts on “외국어 공부 천재는 없다 (외국인의 눈 칼럼 9)

  1. 나이들어 이제 공부해도 머리에 들어올까 소심한 생각중이었는데 용기를 주네요.
    Thank you Michael!

  2. 놀랍고 존경스러운 마음에 댓글 남깁니다. 이 글의 저자가 누군지 몰랐다면, 한국어 원어민 중에서도 글을 잘 쓰는 편인 분의 글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그 정도로 흠 잡을 데 없이 정갈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분명한 글입니다. 외국어를 이 정도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글에서 전달하신 메시지도 흥미롭고, 또 다른 외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입장에서 많은 격려가 됩니다. 항상 좋은 글과 영상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많이 배웁니다.

  3. WOW
    this post makes me look back.
    I have been in a slump, and it seems to hard to get over it.
    But now I can feel I will move on with my plans.
    I totally agree on your saying: it is a matter of quality, not quantity.
    I hope someday I can speak English using a variety of expressions, sayings, and onomatopoeic words.
    (한국어 영어 모두 다채롭게 사용할 날까지 한 우물만 파야겠습니다 ㅎㅎ)
    Thank you for such a great comment.

  4. Hi Michael! I’m Subin Lee. But I sometimes go by Sue in the U.S.A ^ ^ 사이트 보면서 영어도 배우지만 항상 ‘To stick it out’ 하는 쌤의 삶의 자세와 마음가짐을 가장 많이 본받고 배우는 것 같아요. 이 칼럼 또한 언젠가는 영어를 매우 잘하게 되길 갈망하는 저에게 큰 힘과 위로를 주네요. 71세 까지 영어를 연마하는 동안 저도 마이클쌤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며 지내려 노력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5. 마이클님 안녕하세요,
    런던에 살고 있는 케이 라고 합니다.
    대학원 진학을 위해 아이엘츠 공부를 하다 마이클님의 우연하게 동영상을 접하게 되었구요.
    정말 유익한 표현을 많이 배울수 있어서 정말 고맙다고 꼭 전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오늘은 마이클님의 칼럼을 읽고 정말 감동했어요. 한국말 배우기가 정말 힘드실텐데 원어민인 저보다 잘하시는거 같아요.
    계속 열심히 시청 할께요.

    전 어려서 일본에 유학을 가서 거기서 오래 살다가, 지금은 영국인 남편과 강아지 두마리와 함께 런던에서 살고있어요.
    모든 언어가 그렇듯 영어는 여기서 8년째 항상 써도 특별히 배우려는 의지가 없으면 배움이 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노력중 이예요. 마이클님 본받아서 더더욱 열심히하고 싶어요.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케이 블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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