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의 진짜 매력 (칼럼 4)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을 만나면 한국사람들이 십중팔구는 하는 말이 하나 있다.
‘우리말은 외국인한테 얼마나 복잡하겠어? 노란색만 봐도 노르스름하다, 샛노랗다, 누렇다, 노리끼리하다처럼 다양한 표현이 있잖아’. 한국어 배우기 얼마나 힘든지와 동시에 한국말의 뛰어난 표현력을 강조하고 싶어서 하는 말인 것 같다.

과장없이 이 말을 수백 번은 들은 것 같다. ‘한국은 4계절이 제일 뚜렷하다’와 ‘한국인들이 미국인보다 정이 많다’는 이야기에 이어서 3위로 제일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하도 많이 들어서 어떤 방송에서 그런 분석이 한번 나와서 사람들이 다 그렇게 말하나하고 의아할 때도 있었다.

나도 한국어의 박자가 강한 독특한 소리와 뛰어난 표현력에 반해서 (한류가 불기도 전에) 한국어를 유창할 때까지 공부하는 걸 내 삶의 목표로 정하고 한눈 안 팔고, 후회 한번 없이 공부에 몰두해왔다. 한국어의 우수함은 나도 당연히 인정한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말하면 원어민이 자기 언어를, 특히 모국어의 난이도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는 힘들다. 나도 한국에 오기 전에 비원어민한테 영어의 어떤 면이 어려운지 몰랐다. 가산/불가산 명사, 관사, 전치사…이런 문법은 비원어민한테는 정확히 말하기까지 거의 평생이 걸릴 만큼 어려운 문제지만 원어민들의 입에서는 생각할 필요도 없이 저절로 맞게 나온다.

영어 원어민 입장에서 한국어 배우는 데 있어서 뭐가 제일 어려운지와 제일 신기한지 나는 체험을 통해 알고 있다 . 일단 생각해볼 것은 어떤 언어가 얼마나 어려운지의 기준은 일상 대화에 자주 나오는 말 그리고 그 말을 맞게 활용하려면 알아야 되는 문법이 얼마나 복잡한지에 달려 있다.

2002년부터 한국인들이 하는 말을 귀 기울여서 들었는데 위에서 언급한 상황을 빼고는 한국사람이 일상적인 대화에서 ‘노리끼리하다’라는 말을 쓰는 걸 거의 한번도 못 들어봤다.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색깔의 미묘한 차이를 묘사하는 표현 때문에 한 언어의 습득이 어렵다고 할 수는 없다. 나도 아직 노란색의 다양한 색조를 섬세하게 묘사하는 형용사들을 터득하지 못했지만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아직까지 아무런 지장을 느끼지 못했다.

반면에 매일, 거의 모든 문장에서 정확하게 써야만 하는 조사(여기서 ‘가’가 더 자연스러울지 아니면 ‘는’이 더 좋을지…아니면 조사 아예 생략하는 게 더 좋을지)와 상대방의 지위와 나와의 관계를 실시간으로 감안하면서 맞춰야 되는 다양한 높임법이 훨씬 더 큰 문제다. 게다가 세계의 언어 중에서 동사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손에 꼽힐 정도로 많은 언어라는 것까지 생각하면 진짜 터득하기 힘든 언어다.

영어에도 특이하게 복잡한 면들이 있다. 예를 들어 영어에는 거의 모든 동물따라 그 무리를 가리키는 말이 따로 있다. 예를 들어서 여러 마리가 같이 사는 토끼에 대해서는 ‘a warren of rabbits’라고 부르고, 사자 여러 마리는 ‘a pride of lions’, 버팔로는 ‘herd’, 새는 ‘flock’, 거위는 ‘gaggle’, 물고기는 ‘a school of fish’ 그리고 돌고래는 ‘pod’라고 부른다.

그 정도는 영어 원어민이면 누구나 다 알지만 한 단계 더 나아가면 하마 무리는 ‘bloat’이라고 하고 까마귀는 다른 새와 다르게 한 무리를 ‘a murder of crows’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특이한 면 때문에 영어가 어렵다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원어민들도 거의 안 쓰는 말이고 모르면 그냥 ‘a few + 동물 이름’이라고 하면 아예 피할 수 있는 문제다. 그리고 야생 동물 떼에 대해서 말할 기회가 1년에 몇 번이나 있겠는가?

한국어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면 진부한 색깔 이야기보다 한국어의 진정한 특징인 동사의 다양한 활용방법을 언급하는 게 어떨까 싶다. 예를 들어 영어로는 ‘Where are you? (너 어디야?)’라고 한 가지 방식으로 물으면 되지만 한국어로 이야기할 때는 쉽게 10가지 다른 방법이 있고, 게다가 ‘하게체’와 ‘하오체’까지 포함시키면 20가지 방법으로도 말할 수 있다. 몇 가지만 예로 들어도 ‘어디에 계십니까?’, ‘어디에 계세요?’, ‘어디에 있습니까?’, ’어디에 있어요?’, ‘어디예요?’,’어디인가?’,’어디니?’, ‘어디냐?’,’어디에 있는 거야?’, ‘어디야?’,’어디?’… 그리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이렇듯 다양한 어미를 통해 나타낼 수 있는 한국어의 섬세한 어감과 분위기 차이는 한국어 특유의 미라고 생각한다.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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