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를 배울 때 제일 힘든 점 (칼럼 3)

15년 전쯤 한국에 처음 여행하러 왔을 때였다. 같은 대학교 다니는 한국인 친구와 버스를 기다리다가 음료수 사러 사당역 근처 어느 편의점에 들어갔다. 그 전부터 한국과 한국말에 대한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LA 한인타운에서 기초 한국어 수업을 몇 번 듣고 오기는 했지만 영어 원어민한테 한국어는 습득하기 가장 어려운 언어 중 하나라 그때는 몇 마디밖에 할 수 없었다.

그래서 편의점 통로를 왔다 갔다 하면서 그 친구와 영어로 대화했다. 음료수 고르고 계산하러 갔는데 편의점 직원이 따지는 말투로 내 친구한테 뭐라고 했다. 한국어는 잘 몰랐지만 그 직원의 표정과 갑자기 냉랭해진 분위기로 우리한테 어떤 불만을 표시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내 친구는 착한 성격이라 그냥 ‘아, 네’라고만 대답했지만 나는 이유 없이 시비 거는 사람을 봐주는 성격이 아니라서 ‘방금 내 친구한테 뭐라고 했어요?’라고 물어봤다. 그 직원이 약간 놀라면서 뭐라고 대답했지만 그때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편의점을 나와 친구한테 물어보니 그 직원이 ‘우리나라 사람이면 우리말을 써야 된다’고 말했다고 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한국어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는 목적보다 ‘외국놈’과 같이 다니는 한국 여자한테 따지고 싶어서 던진 말이었을 것 같았다.

잠깐 여행하러 온 한국어 못하는 외국인한테 꼭 한국어 쓰라는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고 무엇보다 우리에 대한 거부감에서 비롯된 말이었지만 역설적으로 공감이 되는 면도 있었다. 나야말로 한국인들이 외국인한테 한국어로 이야기했으면 하는 사람이니까.

외국인들이 듣는 한국어 수업에 들어가서 한국어를 배울 때 뭐가 제일 어렵냐고 물어보면 거의 다 ‘한국 사람들이 영어만 하려고 한다’고 대답할 것이다. 스스로 영어 울렁증이 있다고 자주 말하는 한국인한테 놀라운 말일 수도 있겠지만 정작 문제는 영어 울렁증이 아니라 한국어 잘하는 외국인한테도 한국어 안 하고 끝까지 영어만 시키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평소에 나는 한국에 와 있는 동안 영어 쓰는 거 안 좋아해서 한국어만 쓰려고 한다. 하지만 어디 가서 한국어로 주문하면 3명 중 1명은 꼭 영어로 대답한다. 한국어 못하는 외국인이라면 한국인이 영어로 말해주면 당연히 고맙겠지만 나 같은 경우 한국어로 말을 걸어도 영어로 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끔 내가 대놓고 ‘우리 한국어로 이야기하면 안 될까요?’라고 요청해도 그냥 ‘한국어 잘하시네’하고 계속 영어로 대화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어떨 때 편의점이나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계산하려고 하면 직원이 아무말 없이 가격이 표시된 계산기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손으로 가격을 표시하려고 한다. 4천 원이면 손가락 네 개를 펴서 보여주는 식으로 말이다.

식당에서 한국어로 주문하면 주문에 대해서 뭔가 확인할 때 내가 방금 한국어로 주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나하고 같이 온 한국인을 향해서 말한다. 내가 돈을 내도 거스름돈은 같이 온 한국인한테 주는 일도 부지기수다. 외국인을 대하는 것이 낯설고 어색해서 그럴 거라고 좋게 이해해보려고 애쓰지만 무시당하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한 4-5년 전 내 무료 영어 교실에 편의점에서 일하는 학생이 한 명 있었다. 그 학생에게 ‘외국인 손님한테 한국어 먼저 써요? 아니면 영어 먼저 써요?’라고 물어봤더니 당연히 영어를 먼저 쓴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생각보다 한국어 할 줄 아는 외국인이 많으니 한국어 먼저 써보라고 했다. 일주일 후 수업에서 다시 만난 그 학생에게 해보니까 어땠냐고 물어봤더니 외국인들이 거의 다 알아들었고 한국어 잘하는 외국인이 진짜 많았다고 대답했다.

한국어를 존중하고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는 외국인을 격려하고 싶다면 한국어로 먼저 말해보고 안 통할 때만 영어나 손짓을 쓰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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