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문화 졸업해 다행 (칼럼 6)

아이들 문화 졸업해 다행

고등학생 때 나와 내 친구가 즐겨하던 일이 하나 있었다. 친구들이 우리 집에 올 때면 우리 어머니한테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유명 연예인 이름을 대면서 누군지 물어보는 것이었다.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라도 어머니는 항상 모른다고 답하셨다. 심지어 당시 한창 인기 가도를 달리던 ‘브리트니 스피어스’도 모른다고 하셨다.

돌아가면서 매우 유명한 TV 프로 제목, 가수, 배우들의 이름을 대며 물어봤지만 아예 모른다고 하거나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르지만 이름은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와 비슷한 답을 하셨다. 물론 어머니 시대의 유명인, 예를 들어 존 레논, 말론 브랜도 같은 사람들은 알았지만 내가 고등학생일 때의 연예인이나 최근의 연예인 중에서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그런 것도 모르냐고 어머니를 놀리려고 하는 것보다 그냥 정말 신기해서 계속 물어봤다. 같은 나라에서, 같은 사회 속에서 살면서도 ‘브래드 피트’, ‘프렌즈’, ‘배트맨’처럼 미국 사회에 다 스며든 이름과 제목을 모를 수 있다는 게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같은 집에 살면서도 다른 세상에 사는 느낌이었달까.

생각해보면 학창시절 우리 어머니가 집중해서 TV를 보는 모습을 본 것은 딱 한 번이었다. 오클라호마시티 폭탄 사건 때 학교 끝나고 집에 오자 TV가 켜져 있었다. 우리 가족은 다 그랬다. 형과 아버지도 비슷한 식이었다.
어렸을 때 가족 중에서 내가 대중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서 어떨 때 답답하고 외로울 때도 있었다. 가족과 함께 다 같이 TV를 즐겨보는 친구들이 부러울 때도 있었다. 우리 집에서 요새 뜨는 프로, 이번 주의 히트 가요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나 역시 이제 대중문화를 잘 모르는 어른이 됐다. 어느 날부터인가 주변 친구들도 ‘요새 인기 스타 하나도 몰라서 사람들이 놀려’라거나 ‘아이들이 쓰는 은어 하나도 몰라서 창피해’와 같은 말을 하는 것을 듣게 됐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나는 요즘 젊은 층에서 많이 쓰는 줄임말을 즐겨 쓰고 인기 걸그룹 멤버의 이름을 줄줄 꿰며 인기곡을 따라부를 수 있는 어른이 별로 되고 싶지 않다.

오늘 날의 사회에 대해 가장 안타까운 면 중 하나는 아이들 문화와 어른들의 문화의 구분이 없어진 거라고 생각한다. 원래 성숙한 어른이 되는 과정 안에는 아이 때 즐기던 소비적인 음악과 문화를 벗어나 어른이 되어야만 그 참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초월하는 고전을 감상하고 즐기는 문화 생활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잠깐 떴다가 사라지기 쉬운 아이돌 그룹, 신조어, 유행을 모르는 게 시대를 못 따라가거나 늙었다는 표식처럼 되어 마치 부끄러워 해야 할 일처럼 되어 버렸다. 나에게는 오히려 자연스럽고 자랑스러운 일로 생각된다. 아이들은 아이들의 문화, 어른은 어른다운 문화를 즐기는 게 맞다고 본다 . 나에게는 이제 드디어 아이들의 문화를 졸업하고 큰 생각을 할 수 있는 중년에 도달한 것이 기쁨으로 다가온다.

 

http://news.joins.com/article/21993072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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