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할로윈 추억!

 

뭐니뭐니해도 미국 아이들한테 할로윈만큼 기대되는 날이 없을 거예요. 물론 크리스마스에도 이른 아침에 벌떡 일어나서 산타할아버지가 난로에 매달린 양말에 무슨 선물을 두고 가셨는지 확인하기 위해 형과 함께 2층 방에서 1층 거실까지 뛰어내려가는 것도 무척 즐거웠지만 할로윈은 몇 달 전부터 의상을 고민하고 농장에 가서 호박등을 만들 호박을 고를 때부터 마음이 설레기 시작해요. 드디어 목이 빠지게 기다린 그 날이 오면 우리 어머니가 직접 재봉틀로 만들어주신 옷을 입고 동네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평소에 좋아하는 사탕을 얻으러 다니죠. 게다가 다 공짜로 받을 수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할로윈은 우리한테 1년 내내 기다리는 최고의 날이었죠.

저랑 우리 형에게 항상 다른 아이들보다 “트릭오어트리팅”을 계획적으로, 전략적으로 한다는 것은 우리의 자랑거리였어요. 다른 애들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자기가 사는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집에 돌아가는데 저와 우리 형은 어느 동네로 가면 사탕을 제일 많이 주는지와 동네의 인구밀도까지 고려했거든요. 우리가 몇 년에 걸쳐서 얻은 할로윈 상식으로 터득한 원칙은 일반 동네에 가면 한 입 거리 사탕과 캔디바를 주는데 부자 동네 가면 대형 캔디바를 준다는 거였어요.

그러나 부자 동네는 모든 집의 마당이 넓어서 집과 집 사이가 너무 멀기 때문에 방문할 수 있는 집 수가 많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알고 있어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5학년 때까지 펼쳐진 “트릭오어트리팅” 경력 내내 어떤 동네를 선택할지는 제일 큰 고민거리였어요. 또 어떤 동네는 잘 사니까 많이 줄 것 같으면서도 의사와 특히 치과의사들이 많이 사는 동네면 절대적으로 피해야 했어요. 왜냐하면 할로윈이 제공하는, 한꺼번에 수백 명의 아이들한테 교훈을 줄 수 있는 기회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삼삼오오로 집을 찾아오는 아이들한테 모두 칫솔과 치약, 사과까지 주곤 하셨죠.

시간에 쫓기는 우리한테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죠. 사탕이나 초콜릿처럼 맛있는 것도  못 받는 데다가 건강에 대한 설교까지 들어야 해서죠. 빨리 자리를 뜨고 다음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불 같이 타올랐지만 의사 아저씨 말을 끝까지 들어야 했어요. 보도에서부터 우리를 지켜보고 계시는 우리 아버지는 예절에 대해서 아주 엄격하셨고, 집주인의 말씀을 끝까지 듣지 않고 중간에 인사하고 도망치면 크게 혼날 게 뻔했거든요. 의사들한테 잡히면 우리는 항상 끝까지 말씀을 듣고 꾸벅 인사를 드리고 가야 했어요. 그래서 이미 어떤 집을 방문하고 나오는 아이들한테 ‘뭐 받았냐’라고 물어보는 등, 의사들이 사는 집을 아예 피할 수 있는 몇 가지 대책을 세웠어요.

유치원생 때부터 초등학생 때까지 다양하게 변장을 하고 나갔어요. 어릴 때부터 클래식음악을 특히 좋아해서 초등학교 2학년 때 모짜르트 분장을 했어요. 모짜르트 시대 때 쓴 가발까지 쓰고 클라리넷을 들고 동네로 나섰어요. 집주인들은 빠짐 없이 이걸 보고 ‘클라리넷을 진짜로 불 줄 아느냐, 아니면 그냥 소품이냐’고 저를 시험해봤고, 그러면 그때 이미 악기 배운 지 몇 년 된 저는 자랑스럽게 클라리넷을 입에 대고 모짜르트 곡을 불었어요. 우리 캔디 모으는 속도를 떨어뜨리는 행위라서 형은 반대했지만 저한테는 소중한 기억이 됐지요.

초등학교 4학년 때 또 음악에서 영감을 얻어서 오페라 유령으로 하기로 했어요. 그때쯤에 그 뮤지컬 음악에 푹 빠져서 우리 고향에서 로스엔젤레스에 가는 비행기 표를 알아서 끊고 LA 중심가에 있는 공연장에 가서 우리 이모와 같이 보러 갔다 왔어요. 또 이웃이 저를 시험할 경우에 대비해 철저한 준비를 해가지고 몇 가지 대사를 외우고 “트릭오어트리팅”하러 나갔어요.  진짜 어릴 때는 슈퍼맨으로 몇 번 분장했고 한 번은 우리 어머니가 한 달 넘게 꿰매서 만들어주신 강아지 옷도 입고 간 적이 있어요.

형과 아버지와 함께 호박 농장에 가서 딱 맞는, 얼굴 그리기 좋은 호박을 고르는 것도 달콤한 추억이에요. 우리는 가끔 일부러 제일 못 생긴 호박을 골랐어요. 무서운 얼굴 만들기 더 쉬우니까요. 그리고 몇 번은 제가 직접 우리 집 뒷마당에서 키운 호박을 가지고 “jack-o’-lantern”이라고 불리는 호박등을 만들었어요.  호박 속을 파내고 나면 그걸 가지고 어머니가 호박 파이와 구운 호박 씨앗 과자도 만드셨어요. 할로윈 며칠 전부터 매일 호박 안에다 초를 켜서 집 앞에 내놓았어요. 밤이 되면 온 동네에 할로윈 장식과 호박등에서 나오는 빛 때문에 무서운 그림자들이 벽 위에서 춤을 추는 것 같았고 정말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됐어요. 아직도 눈을 감으면 촛불에 타는 호박 냄새가 뚜렷이 기억나요.

이러한 즐거움에다가 ‘귀신의 집’ 방문, 할로윈 파티, 무도회, 친구와 모여서 공포 영화 보는 것까지, 화려한 기억을 많이 만드는 날입니다. 미국에 사시는 한국인 여러분 되도록 이 문화를 경험해보시고, 한국에 사시는 분들은 이 글 통해서 대리 체험하셨으면 좋겠어요.

Happy Halloween!

Michael

Hey, everyone! Welcome to my s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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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thoughts on “행복한 할로윈 추억!

  1. 선생님 한국어 원어민인 저보다 한국말 더 잘하시는듯……할로윈보다도 선생님 한국말 구사력에 놀라고 갑니다…..

  2. 미국에 사는 19개월 아기엄마입니다. 글 넘 재미있게 읽었어요! 곧, 아기데리고 할로윈데이를 지내야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예전부터 유투브랑 여기싸이트를 알고있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오질 못했어요. 오늘부터 매일매일 싸이트에 와서 영어공부하기로 결심했어요. 너무 유용한 자료들이 많아요. 감사합니다!!!

  3. ㅎㅎㅎ 올해는 사탕준비안하고 도망갈려구 했는데,
    어린시절 추억이라니 낼 사탕사다 놔야겠네. 우리 옆옆집에 귀여운 두 꼬마녀석들을 위해서?^^

  4. 할로윈도 곧 돌아오고~
    선생님 사이트도 돌아오고~ ㅎㅎ
    다시 사이트 보니 넘 반가워요~
    항상 좋은 일하시는 선생님께
    항상 좋은 일만 생겼으면 좋겠어요! ^-^

  5. 한국어를 정말 잘하시고 띄어쓰기 또한 너무 정확하게 잘 아시는 것 같아요. 재미있고 유익한 수업 감사합니다.

  6. Thank you for sharing your sweet childhood memories 🙂 During my years of studying, I’ve heard about trick-or-treating time and time again – but I’ve never had the opportunity to actually do it myself. But it does sound like a lot of fun! This text made me think of the movie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 Charlie’s father was a dentist, so when Charlie was done collecting candies and chocolates, he took them away because sugar makes teeth rot 🙁 Anyways, what I wanted to say though all this rambling was, thank you!

  7. 우연히 유튜브에서 알게된 인연으로 여기까지 흘러왔는데
    글을 읽는내내 제 입가에 미소가 ㅎㅎ
    이런 추억들은 돈으로도 살수없는 너무나도 따뜻한 기억들이에요.
    어린 두형제가 머리를 맞대고 전략을 짜는 모습이 상상이 되서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ㅋㅋㅋㅋ
    할로윈을 크게 치루지 않는 호주에 살고있어서
    제가 알지못했던 할로윈문화를 알게되는 좋은 계기가 됐어요.
    마이클 선생님 늘 감사합니다^^

  8. ‘캔디 모으는 속도를 떨어뜨리는 행위’에서 빵 터졌습니다.
    어쩜 이렇게 글을 재밌게 쓰시는지요. 읽으면서 감탄했어요. 😀

  9. 저기 제일 작은 아이가 혹시 선생님? ^-^
    너무 귀여워요~ ♥
    번쩍 들어서 꽉 안아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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