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추억!

초등학교 2학년 때 절대 받아들이지 못할 사실 하나를 알게 됐어요. 예상하지 못 한 일이었고 제 세계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느낌이었어요. 너무 크게 충격을 먹어서 학교에서 제 태도가 달라지자 담임 선생님이 어머니한테 전화를 걸어 가족 중 누군가가 돌아가셨는지 물어보셨을 정도였어요.

제가 알게 된 어두운 비밀은? 산타 할아버지가 없다는 거였어요.

어느 날 쉬는 시간에 친구들하고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는데 제 친구 닉이 저한테 헐레벌떡 달려와서 존이 자기한테 산타 할아버지가 없다고 얘기했다고 했어요. 이미 닉은 이 문제에 대해서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는데 제가 몇 번 합리적으로 설명해주어 당연히 있다고 안심시킨 상태였어요.

그래서 이 날도 산타 할아버지가 없다고 하는 ‘무식한’ 애와 이야기하러 갔어요. 그리고 이런 문제에 직면하게 되면 항상 그랬듯이 초딩들의 모의 재판 같은 토론회를 열고 놀이터에서 산타가 없다고 하는 파와 있다고 하는 파로 나누어 서로 왈가왈부했죠.

저는 원래 그랬듯이 산타 있다는 쪽의 변호사로 나섰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에는 이미 수백 번 들어왔던 누구 누구의 형이 산타 할아버지 없다고 했을 때처럼 산타 할아버지가 있다는 것을 뒷받침해주는 몇 가지 사실을 나열하면서 쉽게 비웃으며 반증할 수 있는 변론은 아니었어요.

존이라는 애가 직접 자기 부모들이 난로에 매달린 양말에 선물을 넣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기 때문이에요. 이번에 확실히 확인하려고 자는 척하면서 기다렸다는 거예요. 쉽게 볼 선언은 아니었어요. 나서기 전에 좀 긴장했지만 누군가 자기 부모가 산타 할아버지 역할 하는 걸 봤다고 주장하는 것을 처음 듣는 건 아니었어요.

처음에 그 애의 진술을 전면 공격하지 않고 배심원처럼 이야기 듣고 있는 여러 명한테 이렇게 물어봤어요. “여러분 중에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비행기 탄 적이 있는 사람 계세요?” 역시 없었어요. “저는 탄 적이 있거든요.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탔거든요. 그리고 한 번도 빠짐없이 비행 중에 조종사 아저씨가 안내 방송하면서 지금 조종실에서 산타 할아버지 썰매의 행방을 레이다로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했어요.”

“진짜 산타가 없으면 조종사들이 레이다에서 보신 게 뭐였을까요? 조종사들이 거짓말 할 사람 같아요?” 이렇게 모여있는 학생들한테 물어봤어요. 제 절친인 닉은 맞장구를 치면서 머리를 휘저었어요.

그 다음에 애들한테 물어봤어요. “노라드가 뭔지 알아요? 미국 국방부에서 미국의 모든 미사일과 전투기 등을 실시간 감시하는 기관인데 거기서도 매해 산타가 북극에서 이륙할 때 세계를 돌면서 항상 산타의 현 위치를 지켜보고 보도합니다.” 계속해서 아이들한테 물어봤어요. “산타가 없으면 그게 뭐예요? 다 생쇼 같아요? 그리고 여러분도 알 텐데 군대라는 게 되게 진지하고 엄격한 분위기인데 산타가 그냥 아이를 위한 장난이었으면 심지어 우리 나라의 국방을 맡고 있는 군대에서 이런 장난을 치고 허구를 퍼뜨리겠어요?”

학생들의 밝아지는 표정을 보면서 제가 이 재판에 이길 것 같다는 자신감이 점점 생겼어요. 이미 이긴 셈이었지만 최종 변론으로 산타에 대한 수백 편의 음악과 영화를 언급하면서 “사실 존재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하고 심지어 신문이나 라디오, 모든 매체에서 한 목소리로 있다고 하면…… 진짜 그건 세계에서 가장 규모의 큰 음모론이네요!”라고 하면서 물러섰습니다.

제 형이랑 맨날 집에서 논쟁하면서 쌓인 토론 실력 덕분에 제 친구와 모여 있는 애들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기 부모 양말에 선물 넣는 걸 봤다고 한 아이까지 설득됐어요. 오히려 산타 할아버지를 의심했던 파들도 이제 제가 제공한 구체적인 근거 때문에 다시 믿을 수 있게 돼서 기뻐하는 것 같았어요.

그날 맛본 것은 달콤한 승리였는데 이미 여러분도 예상하셨겠지만 이 이야기에는 헤피엔딩은 없어요. 그 날 들뜬 마음으로 집에 갔어요. 아까 그 산타 있다는 것도 몰랐던 한심한 아이를 생각하고 비웃으며 어머니 방으로 갔어요.

어머니가 화장품 바르면서 거울을 보고 있었어요. 진짜 확인하려고 하는 것보다 그냥 별 생각 없이 우리 어머니한테 물어봤어요. “산타 할아버지 있죠?”라고 했어요. 그런데……어머니가 입을 열기도 전에 저는 벌써 답을 알아버렸어요.

어머니는 몇 초를 기다린 다음 이렇게 답하셨어요. “우리 다 믿으면 우리 마음 속에 있겠지?” 그 어린 나이에도 그런 우유부단한 답의 진의를 알고 마음이 철렁했어요. 바로 울어버렸어요. 그 날 밤 새서 울고 그 후로 3주 동안 생각날 때마다 울었어요. 환상과 신비라곤 하나도 없는 탈색된 세계에 사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우리 선생님은 우리 가족이 상중인 줄 알고 전화하셨어요. 어머니가 저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번복하려고 했지만 돌이킬 수 없었어요. 저도 너무 믿고 싶어서 믿는 척했어요. 아직 크리스마스 며칠 전이라 산타한테 편지를 보냈어요. 답이 오기는 했는데 조종사와 심지어 국방부에서 하는 말들이 다 거짓이라면 우편물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어요.

말할 것 없이 그때 이후로 다시 아이들이 산타 할아버지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 논쟁할 때 저는 직접 나서지 않고 그냥 무거운 어깨를 떨구고 말없이 지나갔어요. 그때 제 충격을 보고 어머니가 아이들한테 산타 할아버지 있다고 말하는 게 과연 옳은 풍습인지 재고하게 됐다고 하네요.

어떻게 보면 그날 한 순간에 날아간 환상과 신비를 되찾으려고 지금까지 돌아다녔어요. 교향악단 속에서 웅장한 명작을 연주할 때, 성당에서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향의 냄새를 맡을 때, 사막에 가서 밤하늘의 수만 개의 별을 바라볼 때에 저의 어린 시절의 환상이 희미하게 반짝여요. 깊이 생각해보고 널리 찾아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나름대로 환상과 신비로 넘쳐요. 어린 시절에 느꼈던 신비의 섬광을 찾을 때마다 행복해요.

그 심란한 해의 크리스마스가 드디어 며칠 뒤에 왔을 때 오늘 날까지 간직하고 있는 엽서를 우리 어머니가 저한테 주셨어요. 밤 하늘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산타 할아버지가 그려진 그림 위에 한 단어만 써 있어요. ‘Believe’…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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