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의 신기한 역사

어원을 공부하다 보면 가끔씩 정말 특이한 현상을 관찰하게 됩니다.  한 단어의 의미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달라지는 것은 물론 심지어 결국에는 정반대의 의미를 갖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오늘날 비슷한 예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영어의 ‘bad’와 ‘sick’, ‘wicked’를 생각해보세요. ‘Bad’ (원래 의미는 나쁘다)의 속된 의미가 너무 달라져서 100프로 반대어인 ‘good’나 ‘cool’처럼 한동안 많이 쓰였습니다. 마이클 잭슨 앨범의 제목으로 쓰이기도 했잖아요. ‘Sick’하고 ‘wicked’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팟캐스트에서 이야기했듯이 ‘sick’과 ‘wicked’도 속된 의미로 해석하면 ‘멋지다’예요.

그러나 위의 경우들은 다 반대의 의미가 생겼는데도 원래 의미로도 자주 써요. ‘Nice’도 먼저 언급된 단어처럼 원래 의미에서 완전히 반대 의미 갖게 됐는데 위의 단어와 다르게 원래 의미가 아예 사라졌고 이제는 심지어 원래 의미가 뭐였는지 아는 사람을 찾기 힘들어요.

그럼 ‘나이스’의 원래 의미가 뭐였을까요? 지금 생각하시는 정의와 정반대 의미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Nice’의 탄생은 라틴어의 ‘nescius’에서 비롯됐습니다. 그러나 이 단어의 의미는 ‘무지한’ 또는 ‘모르는’이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나중에 그 단어가 불어에서도 생겨났고 오늘날에도 쓰는 ‘nice’가 등장했는데 불어에서도 의미는 그대로 ‘생각이 짧은’ 또는 ‘멍청한’이었습니다.

그렇게 이어지다가 14세기쯤에 조금 변신한 의미로 다시 나타났습니다.  오늘날의 한국어로 말하면 여자에 대해서  ‘쉽다’고 하거나 ‘음란하다’는 의미를 지니게 됐어요. 그래서 그때영어로 글을 쓰고 있던 초서(Chaucer)가 어떤 여자를 ‘nice’라고 묘사했을 때 오늘의 의미인 ‘좋은 여자’와 반대 의미였을 겁니다.

15세기에 갑자기 ‘nice’가 또 뜻을 일신해, ‘품위 있는’ 또는 ‘세련된’이라는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슴니다.  그 의미가 조금 더 진화해서 ‘섬세한’ 또는 ‘미묘한’ 같은 뜻을 갖게 되었지요. 그러다가 오늘날의 쓰임새는 18세기에 드디어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sick’의 속된 의미처럼 표준어 아니었고 속어 취급만 받다가 1934년에 ‘nice’의 현대 의미인 ‘좋은, 착한’ 뜻으로 드디어 표준어가 되고 사전에 등록됐습니다.

‘Nice’라는 단어가 겪어온 우여곡절은 지금 보면 정말 신기하지만 오늘도 우리 눈 앞에서 변신하는 단어가 많습니다. 실은 역으로 오늘날 젊은 친구들이 누군가 큰 실수를 했을 때 비꼬는 억양으로 ‘나이이이스’라고 비아냥거리는 걸 쉽게 들을 수 있어서 100년 뒤에 ‘nice’는 다시 원래의 의미로 돌아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어원을 파헤치다보면 언어가 살아숨쉬는 생명체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참조: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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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thoughts on “‘나이스’의 신기한 역사

  1. 살아숨쉬는 생명체라는말 참 와닿네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2. Amazing!!!

    “Did this message unto the emperor:
    But, as I guess, Alla was not so nice,* *foolish
    To him that is so sovereign of honor
    As he that is of Christian folk the flow’r,”
    – GEOFFREY CHAUCER, The Canterbury Ta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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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f I had known you earlier, I would have done better on my English achiev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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